얼마 전 퇴사를 했다.
첫 회사였는데 솔루션 회사였다. 2년 동안 다녔다.
이 회사를 가기 전에 나는 국비학원 6개월을 다니면서 세금을 낭낭하게 받으며 놀았는데
(코로나라고 돈 퍼줄 때라서 월 60만원 가량 받았다..)
대학생 용돈보다 많은 돈이라서 이게 웬 횡재냐? 하고 탱자탱자 놀았다.
사실 학원 다니기 전에 컴퓨터 배운 적이 있어서 굳이 다닐 필요 없었지만
돈 받으면서 백수짓 하고 싶어서 그냥 다녔다.
하지만 꿀은 유통기한이 있는 법이라... 6개월이 다 되어가자..
아무리 노는게 좋지만 백수는 싫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살장 끌려가는 소마냥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사람인에서 이력서 만들고 전단지 돌리기를 했는데
그러다가 이 회사에 면접이 걸렸고
면접보고 합격해서 들어가게 되었다.
붙을 거라고 기대 안 했는데 붙었고
취준을 또 하기 싫어서 그냥 들어갔다.
이 회사 연봉은 다른 회사에 비해 처참했지만 들어간 이유는 잡플래닛 점수도 보니 적당했고 (당시 3점이었음.)
무엇보다 워라밸이 좋다길래 들어갔다.
특정 사업기간 동안 바쁘다고 하는데
어차피 다른 회사는 불특정 상시 야근을 하기 때문에
그런 거에 비하면 잠깐 고생만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해서 별 상관 없었다.
다른 회사 평상시 야근 = 이 회사 바쁜 시즌 근무
2년을 다녀보니 그래도 대충 경험이 생겼는데
회고하면서 정리해본다.
1. 워라밸은 좋았음
시차출퇴근제가 있어서 마음대로 출퇴근해도 되었다.
주어진 월 할당 시간만 채우면 돼서 월초에 시간을 몰아서 채우고
월말에 휴가 없이 일주일 쉬는 것도 가능했다.
예를 들어 어느날 갑자기 저녁 약속이 생기면 퇴근 박아버리고 나가도 되었다.
다른 회사 면접볼 때 연차써서 왔냐고 물어보더라..
사실 연차 안 쓰고 간건데...
단점 : 나태
워라밸이 좋으니 남은 시간에 혼자 공부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가졌는데
초반에는 열심히 공부했는데 2년에 가까워지자 나태해지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나서는 하루 종일 일했다는 핑계로 누워 자빠져 핸폰질이나 했다..
왜 나태해졌을까?
사실 웹개발이 노잼이다..
막연하게 웹개발 공부한다고 이것저것 기술 스택 공부하는데
초반에야 의욕갖고 공부하지만 웹개발 자체가 노잼이라 자발적으로 공부하려는 욕구가 사라진다.
이걸 가지고 뭘 만들고 싶은 욕구? 가 생기지 않는다.
웹개발에 흥미가 없으니 몰입도 안되고 스스로 해보려는 동기부여가 없다.
사실 초반에 공부한 것도 컴퓨터 과학을 공부했지 웹개발 공부는 하지 않았다.
예전에 게임개발하고 출시한 것처럼
흥미있는 분야에서 앱이든 게임이든 출시 목표를 정해야 공부하는 맛이 나는 것 같다.
사실 그 때가 가장 재밌었다.
웹개발 말고 슬슬 다른 재밌는 분야로 바꿔야 겠다.
분야를 바꾸는 동안 일단 웹개발로 먹고 살아야 겠다.
지금은 그저 생계형 웹개발이다..
2. 좋은 사람들
쓰레기 보존 법칙이라는 게 있는데
쓰레기 보존 법칙이 안 통할 정도로 사람들이 좋았다.
나는 예전에 전국 최악 인성 어벤저스 6인들이 모인 군부대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전역하고 사회에 나와서 일해보니
'아니 세상에 이런 천사들이 있단 말야?' 라고 생각이 들었다..
군대는 군대가 아니었다면 상종도 안 할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아무튼 내가 일했던 이 회사에서는 상사나 동기나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퇴사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물론 가끔 짜증나게 하는 인간들이 있긴 했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암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3. 일이란 건 생각보다 별 거 없음
내가 하는 업무는 솔직히 6개월이면 업무 숙달 다 되어서 나중에 발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데
마치 게임에서 만렙 찍으면 할 컨텐츠가 없는 것처럼 할 게 없다.
나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1. 아침에 출근해서 아메리카노 한 잔 후 노가리.
2. 인터넷 뉴스보면서 이것 저것 하거나 아이쇼핑.
3. 어느날 갑자기 위에서 나한테 임무 수여. 어떤 기능이 필요하니 언제까지 나한테 만들라고 시킴.
4. 나는 일정 기간 내에 만들면 끝...
무한 반복...
딱히 협업이 필요 없을 정도라서 내 맘대로 만들어도 피드백이란 것도 없고
그저 작동하기만 하면 됐다.
무릉도원 같은 곳이지만 나온 이유는 워낙 특수한 사업분야라서 나중에 이직하기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직이 더 힘들기 전에 나오는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냥 정년퇴직까지 말뚝박아버리면 되지 않겠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업규모가 작아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과연 안정성이 있을까? 라는 생각과
앞으로 저물어져 가는 산업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없어 보였다.
만약 철옹성같은 안정적인 회사였다면 아마 말뚝박고 다녔을 것이다..
4. 파견 싫음
파견나가서 딱히 특별한 일이 있는건 아니고
파견나가는 기간 동안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지키기만 하면 돼서
오류만 안 생기면 그냥 허수아비처럼 가마니 있어도 될 만큼 쉽다.
신경쓸 게 있다면 마지막 날에 데이터 산출만 문제없이 하면 된다.
솔직히 가서 그냥 자기 공부하면 될 정도였지만
안타까운건 개발자가 아닌 회사 사람들과 고객사에 나가서 있는게 나는 별로 좋지 않았다.
외딴 곳에 혼자 있는 느낌이랄까..
업무 특성상 사업 시즌이 겨울에 몰려 있는데
파견 나갈 때 추운 날씨가 마치 나의 심정을 대변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나는 파견가는게 좋지 않았다.
마지막에 갈 수록 집중력이 떨어젹 글이 짧아지는 느낌인데
나중에 써야 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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